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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일이야.
남해 쪽이 부지가 싸고,
펜션을 차리면
은근히 예약도 잘 된단 이야기를 듣고
남은 인생을 펜션 운영하면서
위탁 쇼핑몰이나 하면 참 좋겠다 싶어서
부지를 알아보려고 남해에 간 적이 있어
당시 안산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나는
금요일날 반차를 내고 남해로 향했어
4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했는데
벌써 어둑어둑하더라고?
부동산 아저씨를 만나
바닷가와 맞닿아 있거나,
바닷가가 보이는 절벽 쪽 부지를
몇 군데 둘러보고는
나중에 다시 연락 준다고 하고 헤어졌어.
어느새 남해는
내 차 라이트 불빛 말고는
빛이 라곤 한줄기 없는 것처럼
깜깜해졌더라.
마지막에 봤던,
해안 절벽 쪽 부지가 괜찮은 것 같은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차를 타고 천천히 내려오는데
저 멀리...
가로등 하나 없는 깜깜한 도로에
사람 한 명이 걸어가더라
그래서 혹시 몰라 속도를 줄이고
갓길과 사이를 벌리고 지나가려는데
갑자기 그 사람이
창문을 두드리면서 따라오는 거야
그래서, 창문을 살짝 내리고
무슨 일이세요? 하고 물었지
그러자, 승복을 입은 아저씨가
저기 절간에서 사는데
좀 태워줄 수 있냐고 하더라고
길이 너무 깜깜해서 무섭다나...
왜 혼자 위험한 길에 걸어 다니냐 물었더니
원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타이어가 빵꾸 나서,
어쩔 수 없이 걸어가고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옆자리에 그 아저씨를 태웠어
어쨌든 동행을 하게 된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했어
그런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조금 이상한 사람 같더라고...
스님이냐 물었더니
스님은 아니고,
그냥 절간에 신세 지고 사는 사람이라 하고
말투도 좀 어눌하고
틱장애도 있는 것처럼
알 수 없는 이상 반복행동도 하고...
왠지 말을 섞을수록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불쾌함?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일단 앞으로 갈 테니
갈림길 같은 게 나오면
미리 알려달라고 하고 말을 아꼈어
우리 둘은 한참 말없이 달렸어...
그렇게 정적 속에
중간중간 저.. 저쪽으로 가주세요.
하면서 길을 알려준 지 5분 정도 지났을까?
산길로 올라가는 좁은 시멘트 도로가 나왔어...
남해를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정말 너무너무 깜깜해서
자칫하면 많이 위험할 것 같더라고
사실은 여기서 내려서
걸어가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차마 이 깜깜한 산길 도로를 가라고 하는 것도
조금 내키지 않아서 산길 도로를 올라갔어
아주 천천히 조심조심
또 5분 정도 지났을까...
옆에서 그 아저씨가 갑자기
킼킼ㅋ킼킼ㅋ
어깨까지 들썩거리면서 웃더라...
뭔가 소름 끼쳐서
속으로 ㅅㅂ 저런 틱장애도 있나...
생각하고 있는데
운전석 쪽 앞바퀴에 뭔가가
으득
밟히는 느낌이 드는 거야...
근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정신이 번쩍 들더라?
급하게 차를 멈추고
옆자리를 봤더니,
내가 태운 그 승복 입은 아저씨는
온데간데없어졌고
나 혼자 아슬아슬 절벽길이 이어져있는
산속 비포장도로를 운전하고 있었어
이런 게 귀신에 홀린 거구나... 싶었지
아, 내가 앞바퀴로 밟은 건
거대한 두꺼비였어...
아마 그 두꺼비가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이 났을지도 몰라...
다행히 난 그 산길을
무사히 빠져나왔고
그 이후로는 남해에 발도 들이지 않아.
그런데, 그 승복 입은 귀신은
뭐가 좋아서 그렇게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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