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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도 좀 크고
덩치도 있는 편이라서
종종 오해를 받거든,
특히 오늘 같이 밤늦게 걸어 다닐 때,
오늘도 친구들과 술 한잔하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는데,
버스에 내려서부터
내 앞으로 여자 한 명이
계속 걸어가고 있었단 말이야…
그런데,
앞에서 걷던 여자가
나를 한번 슬쩍 쳐다보더니
갑자기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듯 걷는 거야…
뭐… 밤에 나 같은 체격의 남자가
뒤따라 걸으면, 무서울 만도 하겠지만
오늘따라 술김에서인지
조금 기분이 나쁘네?
나도 당신처럼 빼빼 마른 여자는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여튼, 난 혼자 삐죽거리며
일부로 아주 천천히 걸었지,
괜히 오해 사기는 싫었으니까…
근데, 내가 천천히 걸으니까
앞에 여자도 또 천천히 걷는 거야?
뭐야… 저 여자…
그래서 그냥 빨리 지나처가려고
엄청 빠른 속도로 걸었어
그랬더니,
그 여자가 또 약 올리듯
앞에서 빨리 걷네…
나도 같이 약이 올라서
속도를 조금 더 올려
그 여자 바로 뒤까지 따라붙었는데
그 여자가
이어폰을 끼고 통화를 하는 건지
랩을 들으면서 따라 하는 건지
엄청 빠르게 중얼중얼 거리더라고
곤지암 귀신마냥…
아무튼, 여자를 추월하려고
빠른 걸음으로 그 여자를 스쳐갈 때
어디 얼마나 예쁘길래
이렇게 몸을 사리나 싶어
그 여자를 흘깃 쳐다봤는데…
없는 거야…눈이…
그리고, 분명
커다랗고 검게 뚫린 눈 아래로
씨익 웃고 있었어…
나를 보며…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도망쳤고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는 차에 부딪혔어
다행히, 아직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고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아서
일단 병원에서 검사 대기하면서
이렇게 오늘 겪은 신기한? 일을 적고 있어
와…씨…
나 이사라도 가야 되나?
아까 그 여자 또 마주칠까 겁나 무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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